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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6.11.26
- 수정일
- 2006.11.26
- 작성자
- admin
- 조회수
- 5160
건강기능식품 시장 겁나게 ‘쑥쑥’
클로렐라, 아미노산, 비타민… 몸에 좋은 식품에 담긴 기능성 영양소를 한 알에 한입에 '쏙'
지난 7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점 지하 1층 ‘GNC’ 건강기능식품 매장. 주부 김미선(58)씨는 이 회사 비타민제를 사기 위해 경기도 용인 집에서 이곳까지 왔다. GNC는 미국 최대 건강기능식품 전문 기업으로, 동원F&B가 판매 계약을 맺고 있다.
“노화 방지와 피부 건강에는 비타민E가 좋아요. 체질 개선에는 ‘클로렐라’도 좋지만 ‘스피루리나’가 몸에 흡수가 더 잘 돼요.”
흰색 가운을 입은 영양사가 김씨에게 제품의 효능을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13가지 종류의 비타민을 비롯한 40여 가지의 성분이 들어 있는 여성용 영양제와 남편을 위한 남성용 영양제 등을 모두 24만원에 샀다. 그는 “요즘 주위에 비타민이나 영양제 하나씩은 다 먹고 있다”며 “어떤 걸 먹을까 하다가 친구 소개로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53)씨는 이날 CJ 건강기능식품 코너에서 홍삼 제품을 샀다. 2년 전부터 CJ를 찾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집에 호르몬 대체 식품, 비타민제, 칼슘, 키토산, 딸을 위한 다이어트 식품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이 있다고 했다. 캡슐로 식탁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간편하게 보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웰빙 열풍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물을 통해 직접 영양소를 섭취했던 한국의 전통적 섭생 문화와 달리 비타민제처럼 필요한 영양소만 골라 담은 캡슐로 건강을 유지하는 서구식 스타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업체 1999년 505개→ 2003년 865개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예전과 같은 ‘종합비타민’이 아니라 클로렐라·아미노산 등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맞춤형’ ‘기능성’ 제품이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전문 매장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소전문업체가 주도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의 허위·과대광고, 검증받지 않은 품질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던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정부가 관련법을 정비하고 관리를 강화하면서 건강식품이 양적 팽창뿐 아니라 질적 향상을 이룰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994년 8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올해 2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 증대와 고령화 사회 진입, 건강·식품에 관한 지식의 축적 등에 힘입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매년 2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1999년 505개였던 건강기능식품업체는 지난해 말 현재 865개(품목 9706개)로 4년 새 70[%] 이상 증가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두드러진 현상은 대기업들의 진출이다.
CJ·롯데·동원F&B 등이 최근 2년 새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가세하고, 1993년 국내 최초로 클로렐라 배양법을 개발해 현재 국내 클로렐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대상도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웅진·두산 등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자금력과 기술, 넓은 유통망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 재편을 노리는 사이 전통의 건강기능식품 기업 풀무원은 브랜드 ‘그린체’를 중심으로 방어에 나섰다.
대기업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높은 사업성 때문(이진성 동원F&B 사업팀 부장)이기도 하지만 성장의 여지가 좁은 기존 식품 시장을 벗어난 새로운 시장으로서 건강기능식품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주)대상 정영섭 홍보과장)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강남이 최근 크게 일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바람의 중심지라고 입을 모은다. GNC 제품을 파는 동원F&B의 경우, 현대백화점 무역점의 한 달 매출이 전북 전주 매장의 4~5배 수준이다. 전국 14곳 GNC매장 중 8곳이 서울에 있으며 그 중에서도 5곳이 강남 일대에 몰려 있다. 가격대는 1만~10만 원대까지 다양하지만 보통 한 번에 여러 종류를 사고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종합비타민 시대는 저물어
CJ 현대백화점 무역점에서 고객 상담을 하는 이현진 영양사는 “손님들이 옛날처럼 ‘종합영양제’ ‘종합비타민’을 고르는 게 아니라 ‘비타민C’ ‘다이어트용’ 등 기능성 제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발목 관절이 좋지 않은 오세민(45)씨는 뼈에 좋은 칼슘이 들어있는 영양제를 복용한다. 멸치를 한 숟가락 먹는 대신 캡슐 하나만 삼키면 되는 것이다.
이진성 동원F&B 부장은 “스쿠알렌·알로에 등 ‘재료’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기존의 건강기능식품 패턴이 ‘단백질 보충’ ‘장을 튼튼하게’와 같은 ‘기능’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풀무원 이동환 팀장은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악화되는 건강을 되찾으려는 욕구와 함께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고 싶은 욕구가 맞물려 비타민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이 스쿠알렌·로얄젤리 등 과거 특정 소재처럼 한때 유행하고 지나가는 형태가 아닌 하나의 생활 패턴으로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도 이 같은 ‘기능성’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어르신용’이라는 개념도 파괴돼 20~30대 젊은 층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객 상담을 맡고 있는 ㈜대상 이상미 영양사는 “30대 웰빙족을 중심으로 비타민·영양제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CJ뉴트라는 “주 고객층이 20~30대의 젊은층”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종 비타민과 다이어트용 식품이 큰 인기다. 풀무원도 “젊은 연령대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칼슘과 비타민 같은 기초 영양제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이 우리보다 발달한 미국·유럽 등지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해외파도 주요 고객이다.
사실 그동안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허위·과대광고가 끊임없이 문제가 된 데다 ‘효과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도 많았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강기능식품을 먹은 사람의 12[%]가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기능식품 광고 내용을 거의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47.3[%]에 달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만으로는 ‘효능이나 기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64.2[%]),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48.6[%]) 등의 대답이 많았다.
많은 업체들이 방문 판매나 다단계 판매로 운영하면서 제품에 대한 효능을 부풀리게 되고 값도 올라갔다. 식약청 조사 결과 2002년 건강보조식품의 총 출하 액은 3100억 원인 데 비해, 소비자 판매를 기준으로 한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여원으로, 유통 과정에서 5배의 마진이 발생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만 원짜리 비타민제가 30만원으로 뻥튀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2002년 8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건강기능식품업체는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분류돼 시·군·구에 영업 신고를 하면 운영이 가능했다. 큰 하자가 없는 한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뀐 법에 따라 기준이 강화됐다. 이제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려면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엄격하게 관리·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식품 위탁 제조업체들은 2006년 2월까지 우수의약품 제조기준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하며 새로운 물질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 때는 임상실험과 동물실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법적으로 식품의 기능을 표시하고 광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과대광고를 규제해 소비자가 올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각 업체들은 광고를 낼 때 건강기능식품협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실험 자료 제출… 과대 광고도 규제
대기업에 비해 기술력과 자금력이 떨어지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건강식품법’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법 시행으로 자신들이 설 자리가 크게 위협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준을 만족하려면 최소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데 대부분의 영세 업체들은 여력이 없다”며 “과도한 규제와 까다로운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결국 대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뀐 법에 의해 제품명에 주원료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이에 따라 제품명이 비슷해지게 돼 제품의 브랜드가 중요해져 결국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품질 강화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이면 결국 업계에 이익이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 시행과 대기업의 진출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그동안 건강기능식품 판로의 주된 방법이었던 방문 판매, 다단계 판매의 비중이 줄고 백화점·할인점 등 전문매장과 편의점·약국 내 숍인숍 형태가 많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진성 동원F&B 부장)이 우세하다. 유통경로를 줄임으로써 식품의 가격도 떨어지고, 환불· 교환 등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비타민 전문 업체 ‘비타민하우스’ 관계자는 “전국 1만9000여개 약국 중 1500곳에 숍인숍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맹점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원 F&B 이진성 부장은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이 예방 의학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고 건강기능식품을 처방 보조제로 사용하는 등 의사들의 관심이 늘면서 병원 내 매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실시하는 건강기능식품 위생교육에 전국 2만5000개 병·의원의 10[%]가 넘는 30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영양사 상주 등 서비스 경쟁도 치열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매장에 자격증이 있는 영양사를 상주시키고 개개인에게 적합한 제품을 상담해주는 곳이 늘고 있으며 풀무원·CJ 등은 고객들에게 체지방·비만도 등을 측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셀바이오텍·유진사이언스·렉스진바이오텍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 벤처와 기존 업체들은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전문 업체들간 제휴를 하거나 대기업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한편 건강기능식품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맹목적인 믿음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상당수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있고, 전체의 10[%] 정도만이 제대로 먹고 있다”며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전문 의료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 교수는 “법 개정으로 과대 선전이나 방문판매 등에 따른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먹는 것으로 손쉽게 건강을 얻기를 바라며 몸에 좋은 것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적게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게 건강 유지의 지름길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뜨는 식품은?] 클로렐라·아미노산 제품 인기 몰이
국내 건강기능식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료는 알로에였다. 채흥기 식품음료신문 부장에 따르면 2002년 건강기능식품 중 알로에 제품이 700억 원, 키토산 350억원, 클로렐라 240억원, 스쿠알렌 142억 원, 효소 종류 111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제 클로렐라가 1위 자리를 넘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570억 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올해 850억 원, 내년 105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클로렐라는 지름 2~10㎛ 크기의 원형 단세포 녹조류로 담수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골다공증, 중금속 배출, 성장촉진, 체질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1993년 국내 최초로 클로렐라 배양법을 자체 개발하고 1996년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대상이 국내 클로렐라 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CJ와 롯데가 클로렐라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이들 기업 외에도 60여개 중소업체가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클로렐라 성분을 첨가한 라면, 우유, 요구르트, 빵, 케첩, 카레 등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채흥기 식품음료신문 부장은 “21세기 최고의 건강기능식품 모델로 손꼽히는 아미노산 제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상은 클로렐라 제품으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며 CJ는 생식 다이어트·비타민C·알로에 등 32가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롯데는 비타민·미네랄·키토산 등을 할인점과 편의점 등에 배치했고 풀무원은 기능강화·가족건강 식품을 비롯, 골다공증 예방과 성호르몬의 불균형 개선에 효과적인 ‘로젠빈감마리놀렌산’ 등 제품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배종찬 건강기능식품협회 부회장] “건강기능식품은 현대 식단의 일부”
배종찬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부회장(풀무원건강생활 사장)은 “건강기능식품은 바쁜 현대인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고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 부회장은 “관련 법 강화와 자체 정화 노력으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의 전망은.
“세 끼 밥만 잘 먹으면 건강하다는 것은 이제 잘못된 상식이다.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60조개의 세포가 영양소를 적절하게 공급받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복지부 영양지침에 따르면 세 끼를 통해 하루 30가지 이상의 식품을 골고루 먹어야 권장량의 영양소가 섭취된다고 하는데 이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쉽지 않다. 토양의 산성화, 지나친 가공으로 식탁에 오르는 식품의 영양 가치는 낮은 상태다. 건강기능식품은 음식만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식사의 일부다. 고령화 사회 진입, 생활수준 향상, 건강 장수에 대한 욕구 증대에 힘입어 건강기능식품의 전망은 밝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은데.
“건강기능식품법의 취지는 ‘소비자 보호’다. 건강기능식품법 시행으로 제품과 시설의 위생 관리, 제조 유통 허가 조건이 대폭 강화돼 일부 기업의 질 낮은 식품과 비정상적 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해소되고 기업으로서는 우수한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한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업체가 나갈 방향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은 다양한 제품 개발과 연구,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제품이 수입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가 보다 품질 높은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주간조선 2004. 8. 6
지난 7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점 지하 1층 ‘GNC’ 건강기능식품 매장. 주부 김미선(58)씨는 이 회사 비타민제를 사기 위해 경기도 용인 집에서 이곳까지 왔다. GNC는 미국 최대 건강기능식품 전문 기업으로, 동원F&B가 판매 계약을 맺고 있다.
“노화 방지와 피부 건강에는 비타민E가 좋아요. 체질 개선에는 ‘클로렐라’도 좋지만 ‘스피루리나’가 몸에 흡수가 더 잘 돼요.”
흰색 가운을 입은 영양사가 김씨에게 제품의 효능을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13가지 종류의 비타민을 비롯한 40여 가지의 성분이 들어 있는 여성용 영양제와 남편을 위한 남성용 영양제 등을 모두 24만원에 샀다. 그는 “요즘 주위에 비타민이나 영양제 하나씩은 다 먹고 있다”며 “어떤 걸 먹을까 하다가 친구 소개로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53)씨는 이날 CJ 건강기능식품 코너에서 홍삼 제품을 샀다. 2년 전부터 CJ를 찾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집에 호르몬 대체 식품, 비타민제, 칼슘, 키토산, 딸을 위한 다이어트 식품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이 있다고 했다. 캡슐로 식탁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간편하게 보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웰빙 열풍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물을 통해 직접 영양소를 섭취했던 한국의 전통적 섭생 문화와 달리 비타민제처럼 필요한 영양소만 골라 담은 캡슐로 건강을 유지하는 서구식 스타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업체 1999년 505개→ 2003년 865개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예전과 같은 ‘종합비타민’이 아니라 클로렐라·아미노산 등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맞춤형’ ‘기능성’ 제품이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전문 매장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소전문업체가 주도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의 허위·과대광고, 검증받지 않은 품질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던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정부가 관련법을 정비하고 관리를 강화하면서 건강식품이 양적 팽창뿐 아니라 질적 향상을 이룰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994년 8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올해 2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 증대와 고령화 사회 진입, 건강·식품에 관한 지식의 축적 등에 힘입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매년 2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1999년 505개였던 건강기능식품업체는 지난해 말 현재 865개(품목 9706개)로 4년 새 70[%] 이상 증가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두드러진 현상은 대기업들의 진출이다.
CJ·롯데·동원F&B 등이 최근 2년 새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가세하고, 1993년 국내 최초로 클로렐라 배양법을 개발해 현재 국내 클로렐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대상도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웅진·두산 등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자금력과 기술, 넓은 유통망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 재편을 노리는 사이 전통의 건강기능식품 기업 풀무원은 브랜드 ‘그린체’를 중심으로 방어에 나섰다.
대기업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높은 사업성 때문(이진성 동원F&B 사업팀 부장)이기도 하지만 성장의 여지가 좁은 기존 식품 시장을 벗어난 새로운 시장으로서 건강기능식품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주)대상 정영섭 홍보과장)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강남이 최근 크게 일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바람의 중심지라고 입을 모은다. GNC 제품을 파는 동원F&B의 경우, 현대백화점 무역점의 한 달 매출이 전북 전주 매장의 4~5배 수준이다. 전국 14곳 GNC매장 중 8곳이 서울에 있으며 그 중에서도 5곳이 강남 일대에 몰려 있다. 가격대는 1만~10만 원대까지 다양하지만 보통 한 번에 여러 종류를 사고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종합비타민 시대는 저물어
CJ 현대백화점 무역점에서 고객 상담을 하는 이현진 영양사는 “손님들이 옛날처럼 ‘종합영양제’ ‘종합비타민’을 고르는 게 아니라 ‘비타민C’ ‘다이어트용’ 등 기능성 제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발목 관절이 좋지 않은 오세민(45)씨는 뼈에 좋은 칼슘이 들어있는 영양제를 복용한다. 멸치를 한 숟가락 먹는 대신 캡슐 하나만 삼키면 되는 것이다.
이진성 동원F&B 부장은 “스쿠알렌·알로에 등 ‘재료’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기존의 건강기능식품 패턴이 ‘단백질 보충’ ‘장을 튼튼하게’와 같은 ‘기능’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풀무원 이동환 팀장은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악화되는 건강을 되찾으려는 욕구와 함께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고 싶은 욕구가 맞물려 비타민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이 스쿠알렌·로얄젤리 등 과거 특정 소재처럼 한때 유행하고 지나가는 형태가 아닌 하나의 생활 패턴으로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도 이 같은 ‘기능성’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어르신용’이라는 개념도 파괴돼 20~30대 젊은 층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객 상담을 맡고 있는 ㈜대상 이상미 영양사는 “30대 웰빙족을 중심으로 비타민·영양제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CJ뉴트라는 “주 고객층이 20~30대의 젊은층”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종 비타민과 다이어트용 식품이 큰 인기다. 풀무원도 “젊은 연령대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칼슘과 비타민 같은 기초 영양제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이 우리보다 발달한 미국·유럽 등지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해외파도 주요 고객이다.
사실 그동안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허위·과대광고가 끊임없이 문제가 된 데다 ‘효과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도 많았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강기능식품을 먹은 사람의 12[%]가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기능식품 광고 내용을 거의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47.3[%]에 달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만으로는 ‘효능이나 기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64.2[%]),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48.6[%]) 등의 대답이 많았다.
많은 업체들이 방문 판매나 다단계 판매로 운영하면서 제품에 대한 효능을 부풀리게 되고 값도 올라갔다. 식약청 조사 결과 2002년 건강보조식품의 총 출하 액은 3100억 원인 데 비해, 소비자 판매를 기준으로 한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여원으로, 유통 과정에서 5배의 마진이 발생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만 원짜리 비타민제가 30만원으로 뻥튀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2002년 8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건강기능식품업체는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분류돼 시·군·구에 영업 신고를 하면 운영이 가능했다. 큰 하자가 없는 한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뀐 법에 따라 기준이 강화됐다. 이제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려면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엄격하게 관리·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식품 위탁 제조업체들은 2006년 2월까지 우수의약품 제조기준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하며 새로운 물질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 때는 임상실험과 동물실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법적으로 식품의 기능을 표시하고 광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과대광고를 규제해 소비자가 올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각 업체들은 광고를 낼 때 건강기능식품협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실험 자료 제출… 과대 광고도 규제
대기업에 비해 기술력과 자금력이 떨어지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건강식품법’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법 시행으로 자신들이 설 자리가 크게 위협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준을 만족하려면 최소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데 대부분의 영세 업체들은 여력이 없다”며 “과도한 규제와 까다로운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결국 대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뀐 법에 의해 제품명에 주원료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이에 따라 제품명이 비슷해지게 돼 제품의 브랜드가 중요해져 결국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품질 강화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이면 결국 업계에 이익이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 시행과 대기업의 진출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그동안 건강기능식품 판로의 주된 방법이었던 방문 판매, 다단계 판매의 비중이 줄고 백화점·할인점 등 전문매장과 편의점·약국 내 숍인숍 형태가 많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진성 동원F&B 부장)이 우세하다. 유통경로를 줄임으로써 식품의 가격도 떨어지고, 환불· 교환 등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비타민 전문 업체 ‘비타민하우스’ 관계자는 “전국 1만9000여개 약국 중 1500곳에 숍인숍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맹점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원 F&B 이진성 부장은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이 예방 의학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고 건강기능식품을 처방 보조제로 사용하는 등 의사들의 관심이 늘면서 병원 내 매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실시하는 건강기능식품 위생교육에 전국 2만5000개 병·의원의 10[%]가 넘는 30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영양사 상주 등 서비스 경쟁도 치열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매장에 자격증이 있는 영양사를 상주시키고 개개인에게 적합한 제품을 상담해주는 곳이 늘고 있으며 풀무원·CJ 등은 고객들에게 체지방·비만도 등을 측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셀바이오텍·유진사이언스·렉스진바이오텍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 벤처와 기존 업체들은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전문 업체들간 제휴를 하거나 대기업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한편 건강기능식품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맹목적인 믿음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상당수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있고, 전체의 10[%] 정도만이 제대로 먹고 있다”며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전문 의료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 교수는 “법 개정으로 과대 선전이나 방문판매 등에 따른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먹는 것으로 손쉽게 건강을 얻기를 바라며 몸에 좋은 것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적게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게 건강 유지의 지름길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뜨는 식품은?] 클로렐라·아미노산 제품 인기 몰이
국내 건강기능식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료는 알로에였다. 채흥기 식품음료신문 부장에 따르면 2002년 건강기능식품 중 알로에 제품이 700억 원, 키토산 350억원, 클로렐라 240억원, 스쿠알렌 142억 원, 효소 종류 111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제 클로렐라가 1위 자리를 넘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570억 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올해 850억 원, 내년 105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클로렐라는 지름 2~10㎛ 크기의 원형 단세포 녹조류로 담수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골다공증, 중금속 배출, 성장촉진, 체질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1993년 국내 최초로 클로렐라 배양법을 자체 개발하고 1996년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대상이 국내 클로렐라 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CJ와 롯데가 클로렐라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이들 기업 외에도 60여개 중소업체가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클로렐라 성분을 첨가한 라면, 우유, 요구르트, 빵, 케첩, 카레 등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채흥기 식품음료신문 부장은 “21세기 최고의 건강기능식품 모델로 손꼽히는 아미노산 제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상은 클로렐라 제품으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며 CJ는 생식 다이어트·비타민C·알로에 등 32가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롯데는 비타민·미네랄·키토산 등을 할인점과 편의점 등에 배치했고 풀무원은 기능강화·가족건강 식품을 비롯, 골다공증 예방과 성호르몬의 불균형 개선에 효과적인 ‘로젠빈감마리놀렌산’ 등 제품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배종찬 건강기능식품협회 부회장] “건강기능식품은 현대 식단의 일부”
배종찬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부회장(풀무원건강생활 사장)은 “건강기능식품은 바쁜 현대인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고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 부회장은 “관련 법 강화와 자체 정화 노력으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의 전망은.
“세 끼 밥만 잘 먹으면 건강하다는 것은 이제 잘못된 상식이다.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60조개의 세포가 영양소를 적절하게 공급받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복지부 영양지침에 따르면 세 끼를 통해 하루 30가지 이상의 식품을 골고루 먹어야 권장량의 영양소가 섭취된다고 하는데 이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쉽지 않다. 토양의 산성화, 지나친 가공으로 식탁에 오르는 식품의 영양 가치는 낮은 상태다. 건강기능식품은 음식만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식사의 일부다. 고령화 사회 진입, 생활수준 향상, 건강 장수에 대한 욕구 증대에 힘입어 건강기능식품의 전망은 밝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은데.
“건강기능식품법의 취지는 ‘소비자 보호’다. 건강기능식품법 시행으로 제품과 시설의 위생 관리, 제조 유통 허가 조건이 대폭 강화돼 일부 기업의 질 낮은 식품과 비정상적 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해소되고 기업으로서는 우수한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한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업체가 나갈 방향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은 다양한 제품 개발과 연구,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제품이 수입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가 보다 품질 높은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주간조선 200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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